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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억을 돌려 받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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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0년... 코로나 때문에 주식시장이 휘청이고. 3월 12일 밤. 미국 다우와 나스닥은 둘 다 -10% 이상을 기록했다.

주식은 어차피 현물이라 큰 상관은 없었지만. 친구중 자칭 선물옵션 고수에게 맡긴 내 1억은 다 날아갔다....(...)

원금보장을 조건으로 하고 수익을 나누는 식의 계약이었는데, 첫달, 두번째 달은 좀 벌다가(전략은 대략 행사될 것 같지 않은 옵션 외가격대를 골라서 매도해도 조금씩 수익을 내는 방식) 한번씩 크게 지수가 떨어지다가 다시 회복을 반복...

그러다가 결국 사단이 난 것이다.

7900 에서 7200까지 하루만에 빠졌었음.

그 이후 약간 더 빠지다가 다시 반등하긴 했지만, 주식이 아니라 옵션이었기 때문에, 증거금이 없으면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었고. 그날 나에게 온 추가 증거금 요청 문자에는 1억 10만원을 더 넣으라고 씌여 있었다.

이미 1억이 들어간 상태인데, 1억을 더 넣으라고? 이미 마통 끌어다가 투자금을 맞춘 - 나 역시 욕심이 빵빵한 상태 - 상태였기에 돈을 더 구해올 곳은 없었고. 연락이 두절된 그를 뒤로 하고 어쩔 수 없이 강제 청산. 1억 투자금 중 남은 금액은 60만원이었다. 아니, 사실은 이미 내 돈은 다 날리고 그가 추가 입금한 수천만원도 이미 날린 상태.

정신이 멍했다.


...이게 옵션의 무서움인가.....


그날 저녁에 다시 그와 연락이 닿았지만, 내 돈 뿐 아니라 본인 투자금도 다 날린 상태. 극단적인 생각을 할 만큼 그의 멘탈은 회복하기 힘들어 보였다. 

하지만, 역설적으로 코로나 때문에 기회도 있었다. 한참 쿠팡 배달 기사를 하면 돈이 된다는 얘기가 있었고, 그 친구는 코로나 때문에 본업이 미뤄진 상황에서 결국 배달 기사일을 시작했다.


첫 달에 500 을 갚았다. 배달이 이렇게 돈이 되나? 싶을 정도였다. 이 정도면 20개월이면 빚을 갚는거네? 라고 혼자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. 그 친구는 있던 집을 팔고 전세로 옮기고 남은 돈으로 여기저기 빚을 조금씩 갚은 것이었다. 돈 못주겠다고 배째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, 어떻게든 갚아내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, 나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,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. 배달 일 하면서 생활비도 써야 하고 빚도 갚아야 하는 상황. 매달 100만원씩 상환이 시작되었다.

그렇게 1년 후..

그의 본업이 잘 터져서, 상환되는 금액이 500 을 찍었고, 그 이후 부터는 월 200 씩 상환해 주었다. 얼마나 다행인지... 약간의 긴장감(?)을 불어넣기 위해 남은 금액의 3% 를 이자로 받았다.(나도 대출 이자를 내야하니 ㅠㅠ) 마치 개인에게 개설한 마통처럼, 나한테 개설한 마통의 금액은 빠르게 줄어 들었고, 중간 중간 사정이 생겨서 몇 번 빼먹진 했지만, 그 때마다 미리 연락줘서 전혀 마음은 불편하지 않았다.

채권자의 입장이 되다보니, 돈을 제날짜에 입금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해소 시키는게 제일 중요하더라. 한달 정도 미뤄질 수도 있지만, 왜 안보내지? 궁금하고 먼저 연락할까 말까 고민하고 이러면서 불안이 커지는데, 채무자가 미리 연락해서 이번달은 힘들것 같다. 다음달엔 꼭 보낼께 라고 말 한마디라도 해주니 확실히 나도 큰 불안은 없었다.

2022년에도 올해까지는 다 갚을 수 있다. 2022년 말에는 2023년에는 다 갚을 수 있다 계속 얘기했지만, 어차피 시간이 중요한 것 아니었다. 매달 남은 상환금액이 줄어든다는 것이 나에겐 중요했다.

결국 2024년 6월에 모든 상환을 완료했다.(총 상환 기간 4년 3개월)

원금보장이라는 그 하나를 지키기 위해, 최선을 다한 그 친구에게 존경을 보낸다.


고생했다 친구야.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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